美행정부 ‘알카에다 포로 처우’ 갈등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한 알 카에다 테러 조직원들을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포로로 대우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26일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 등에 수용하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제네바 협약을 적용해 줄 것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이 같은 건의는 체포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은 테러리스트이지, 특정 국가의 군대에 속한 전쟁포로가 아니므로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포로의 기본권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한 이의 제기다.

미국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제네바 협약의 전쟁포로로 인정할 경우 이들을 비밀 군사법정에 세울 수 없게 된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에 대해 이름 계급 군번만을 밝히도록 하고 있고, 신문을 받을 때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비밀 군사재판이 필요한 만큼 테러리스트들을 결코 전쟁포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은 미국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유린하고 있으며, 특히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아프간 포로들에게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파월 장관의 건의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무부는 해외에서 미군이 체포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미국이 제네바 협약을 모범적으로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백악관의 알베르토 곤살레스 고문은 부시 대통령에게 “제네바 협약 적용문제를 재고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법무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전했다.

앞서 딕 체니 부통령은 25일 “구금된 테러리스트들은 진짜 나쁜 사람들로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포로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이들은 현재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번주 중 회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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