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기 공중폭파 모면]'신발 폭탄'불붙이다 女승무원에 덜미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33분


붙잡힌 테러용의자
붙잡힌 테러용의자
22일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소속 항공기 탑승객의 C4 플라스틱폭탄 폭발미수사건으로 인해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건 경위〓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가던 아메리칸항공 63편 항공기 내에서 한 남자승객이 성냥으로 자신의 신발에 불을 붙이려는 것을 유황냄새를 맡은 여승무원이 발견했다. 이 승객은 여승무원의 제지를 받자 “내겐 도화선이 연결돼 있다”며 저항했다. 실제로 그의 농구화엔 전선 같은 것이 연결돼 있었다.

이에 여승무원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승무원과 승객 5, 6명이 문제의 승객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키가 193㎝나 되는 그를 안전띠로 묶었다. 승객 중 의사 2명은 기내에 비치돼 있던 진정제를 그에게 주사했다. 승무원들은 즉각 그의 신발을 벗겨냈다.

이어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코미디영화를 상영했다.

한편 기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즉각 F15 전투기 2대를 출동, 항공기를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 비상착륙시켰다.

▽C4 플라스틱폭탄〓군사용이나 산업용으로 쓰이는 폭탄으로 흰색의 유리용 접합제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손으로 쉽게 반죽이 되며 불을 붙여 폭발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예멘의 아덴항에서 발생한 미국 구축함 콜호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때도 이 폭탄이 사용됐다. 오사마 빈 라덴이 배후 조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미군 17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했다.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는 다른 테러에서도 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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