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 홀로 외교 복귀

  • 입력 2001년 12월 9일 16시 24분


미국이 7일 제네바에서 폐막된 생물무기협약(BWC) 제5차 평가회의에서 생물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일반 및 특별사찰을 규정한 ‘강제이행의정서’ 채택을 거부함으로써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연대 형성에 노력해 온 미국이 전쟁 승리를 목전에 두자 다시 일방주의적 외교 행태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972년 제정돼 14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BWC가 5년마다 개최되는 평가회의에서 최종선언문 채택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회원국들은 이에 따라 내년 11월 6차 회의를 열어 생물무기 위협 제거를 위한 후속조치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7년간 힘든 협상 끝에 성사단계에 이른 강제이행의정서 채택은 물론 의정서 초안을 연구해 온 특별협상기구도 폐지하자고 요구해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미국은 ‘강제이행의정서’ 는 실효성이 별로 없고 미국의 대학과 산업에 부담이 된다 고 강변하고 그 대신 북한 이라크 리비아 이란 시리아 수단 등 6개국의 BWC 불이행 문제를 최종선언문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8일“BWC 협상 결렬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행동하며 우방국들의 우려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 이라는 생각을 다시하게 만들었다” 고 비판했다. 군축을 지지하는 미국과학자연맹(FAC)도 성명을 내 “미국의 조치는 BWC 협정에 대한 파괴행위” 라고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지구온난화에 관한 교토의정서 거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일방 파기 방침 천명 △러시아와 체결한 핵무기감축협정 상원인준 거부 등 일방주의적인 외교행태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 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