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미국인 청년 린든 그는 왜 탈레반 戰士가 되었나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28분


“나는 여전히 9·11 테러를 지지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조국인 미국에 저항하다 총상을 입고 붙잡힌 ‘백인 탈레반 전사’ 존 워커 린든(20)의 발언이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슬람하면 테러와 반(反)인권, 심지어는 ‘야만’을 연상하는 것이 이슬람 세계를 보는 미국인들의 대체적인 인식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존의 종교적 신념에 찬 이 같은 발언은 테러 참사 이후 고조되고 있는 애국심, 미국적 가치와 문화, 그리고 힘에 대한 우월감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탈레반 포로를 놓아두면 다시 테러를 한다는 명분하에 수백명의 탈레반 포로를 학살한 미국이다. 아프간의 한 병원에서 국제적십자사 요원들의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미국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존이 개종했을 때 어쩌면 너는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도였을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분명 그 애는 종교적 믿음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존의 아버지 프랭크는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근호(10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법률가인 아버지와 의료복지사인 어머니를 둔 유복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은 16세 때. 주변의 권유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존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2년 뒤인 99년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 예멘에 갔다. 이어 그는 한 자선구호단체에 몸을 담아 파키스탄으로 건너갔고 코란과 파슈툰어 등을 배웠다. 구호활동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탈레반 관계자나 아프간 종교지도자들과 접촉하게 됐고, 이들의 ‘순수 이슬람 국가’ 건설 이념에 매료돼 이슬람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포로로 붙잡혔을 때 ‘압둘 하미드’라는 이슬람 이름을 댔던 존은 “6개월 전 카불로 들어온 뒤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훈련캠프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다”며 “빈 라덴도 훈련캠프에서 가끔 봤다”고 말했다.

존의 어머니 말린은 “올 4월 아들이 좀 더 날씨가 선선한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고 전화한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말린은 “존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착한 아이였는데 탈레반군에 의해 세뇌 당한 것이 틀림없다”고 울먹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존이 법무부로 인계돼 조사를 받을 것이며, 헌법에 규정된 반역죄로 기소돼 최고 사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사법원 설치에 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미국인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그의 문제를 놓고 부시 행정부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4일 USA투데이는 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존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반역자’냐는 질문에는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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