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탈레반 고위간부 금품으로 매수”

  • 입력 2001년 12월 1일 01시 19분


‘빈 라덴의 권력은 돈에서 나왔다?’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탈레반 고위간부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수시로 제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간섭 없이 지휘할 수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내무차관을 지낸 모하메드 카크사르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이 5만∼10만달러를 항상 갖고 있었으며 이 돈은 탈레반 지도부를 매수하는데 무차별적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빈 라덴의 주머니는 언제 어디서나 꺼내 쓸 수 있도록 항상 현찰로 두둑했으며 이 돈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 아무 거리낌없이 꺼내주곤 했다는 것. 빈 라덴의 ‘선물 목록’에는 고급 승용차와 귀중품들도 포함돼 있었으며 알 카에다가 소유한 트럭을 이용해 탈레반 병사들을 수송해주는 ‘선심’을 베풀기도 했다.

미국 정보기관에선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잠입한 후 탈레반에 대략 1억달러 상당의 현찰과 군사원조를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거액을 써가면서 빈 라덴이 얻으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에 대해 탈레반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유’였다. 알 카에다 역시 많은 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탈레반에는 ‘소중하고 신뢰받는’ 세력이었다.

탈레반과 빈 라덴의 협조관계가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이념적 공통분모 못지 않게 돈을 통해 형성된 측면이 크다는 사실에 카크사르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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