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뉴라운드 출범]21세기 무한 경제전쟁 돌입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3시 01분


21세기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를 만들 뉴라운드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향후 ‘도하 라운드’로 명명될 것으로 보이는 뉴라운드는 20세기 마지막으로 1986년 출범한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21세기 첫 다자(多者)무역체제의 규범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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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침체와 테러 사건으로 위축된 세계 경제는 새로운 뉴라운드 출범으로 일단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 무역환경이 안정됨으로써 불황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지역주의 등 불안 요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서울대 국제지역원 박태호(朴泰鎬) 교수는 “역사적으로 자유무역의 신장은 세계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관차였다”면서 “다자협상은 느리게 이뤄져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지만 단계적으로 누적되어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뉴라운드 출범은 향후 3년 예정으로 기나긴 협상을 시작한다는 의미이지만 개방 준비를 해야 하는 각국의 경제체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 단계 높은 무역자유화〓뉴라운드는 우루과이라운드보다 넓은 범위에서 한층 더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게 된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金基承) 거시경제팀장은 “고도화된 세계 경제구조에 맞춰 서비스, 환경, 투자, 경쟁정책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교역에 관한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도하 각료회의에서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지닌 중국이 가입함으로써 다자무역체제의 힘이 한층 강해지게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중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무역기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거대 국가인 중국이 지나치게 개발도상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경우 미국의 이탈로 인해 유엔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많은 개도국들을 세계무역체제 안에 적극 끌어들였다는 것도 이번 회의의 큰 성과다.

▽지금부터가 진짜 협상〓새로 가입한 중국 대만을 포함한 144개 회원국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밀고 당기는 치열한 공방전에 들어가게 된다.

뉴라운드 출범은 한국에 득실(得失) 양면이 있다. 당장 내년부터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은 농산물과 수산물, 서비스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하다. 수산물 분야는 ‘수산물 보조금에 대한 WTO의 규정을 명확히 하고 개선한다’고 되어 있으나 사실상 보조금을 감축 또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농업 분야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주장으로 추가된 ‘협상결과를 예단하지 말고’라는 문구가 국내보조금에도 적용되게 돼 한국으로서는 피해를 줄일 여지가 생겼다.

반(反)덤핑 분야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 협상을 바로 시작하도록 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철강 조선 전자제품 등에 대한 선진국의 반덤핑 제소 남발을 막고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투자와 경쟁정책, 정부조달의 투명성, 무역원활화 등도 2년 후 제5차 각료회의 이후 협상을 시작하게 돼 한국에는 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라운드 출범의 최대 걸림돌이던 환경부문도 EU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협상을 개시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남북 대결 양상을 보이던 지적재산권 및 공중보건 문제는 ‘전염병 발생 등 긴급한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공중보건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향후 협상 일정은〓각료회의 선언문은 협상 기한을 3년으로 정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분야별로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해 2004년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도 당초 4년을 협상시한으로 정했다가 7년반을 끌었기 때문에 늦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농업협상은 제5차 각료회의(2003년 말경) 전까지 각국이 양허안(개방 이행계획서)을 제출해야 하고 서비스 분야는 2003년 3월말까지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선언문은 명시했다.

<신연수기자·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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