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객기 추락]전문가들 "엔진결함 사고 가능성"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28분


12일 발생한 아메리칸 항공(AA) 소속 587 여객기의 추락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테러는 아닌것이 분명하다는 게 미국 수사당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고원인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비불량이나 기체결함, 조종미숙, 새떼와의 충돌 등 여러 가지 사고원인 가운데 엔진결함일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의 CF6 엔진 결함〓전문가들이 엔진 결함일 가능성에 가장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고기가 장착한 엔진이 이전부터 자주 결함이 지적돼온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CF6 엔진이라는 점.

미 교통부 관리들에 따르면 문제의 엔진은 지난해 12월 수리 중 엔진고장으로 불이 나 점검한 결과 엔진날개에 균열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에 따라 미국의 각 항공사에 엔진 점검을 권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엔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던 아메리칸 항공 소속 비행기가 이륙도중 엔진에서 불이 나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로부터 CF6엔진의 ‘화재탐지시스템’을 재점검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또 올 6월엔 엔진의 일부 부품이 내공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고도 잇따랐다.

89년 이 엔진을 단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DC10기가 미 아이오와주에서 추락, 승객과 승무원 382명이 숨졌다. 지난해 8월엔 CF6엔진을 장착한 걸프항공사의 A320 여객기가 바레인 인근 해상 걸프만에서 추락, 143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추락사고만도 13건에 이르며, 지난 2년새 추락사고를 포함해 7차례의 ‘매우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

목격자들의 주장도 엔진결함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비행기 왼쪽 엔진에서 불이 나면서 기체가 왼쪽으로 기운 채 추락했으며, 문제의 엔진은 추락 직전 동체에서 분리돼 떨어져나갔다는 것.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 관제탑과 전혀 교신이 없었던 점도 전문가들이 그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진고장은 매우 심각한 결함이어서 운항도중 엔진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조종사들이 거의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

한편 영국 PA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의 민간항공당국이 이번에 추락한 여객기에 장착된 엔진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PA통신에 따르면 엔진 제조사인 GE가 엔진에 균열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으나 미국의 FAA이나 영국의 민간항공국(CAA)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없나〓엔진에서 결함이 발생,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어떤 확실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

엔진을 제조한 GE는 “미 FAA 등의 권고에 따라 엔진을 점검했지만 아무런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메리칸 항공의 도널드 카티 회장은 “1만시간을 비행할 때마다 엔진에 대해 정밀분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에 사고기에서 먼저 떨어져나간 엔진은 1만시간 점검 뒤 694시간을, 나머지 엔진은 9788시간을 비행했다”며 엔진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

따라서 다른 기체결함이나 조종미숙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3년간 발생한 13번의 추락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조종미숙으로 밝혀져 조종미숙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도 있다. 또 공항 인근에 새떼들이 많다는 점에서 새떼와의 충돌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테러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연방수사국 관계자는 “테러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떤 첩보나 위협도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테러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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