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원 英 이슬람교도 “순교하려 하지 마세요”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0분


'자랑스러운 내아들'
'자랑스러운 내아들'
“나처럼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순교하려 하지 마세요.”

‘반역 또는 살인 혐의로 처벌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뛰어들었던 영국인 이슬람교도 아부 민다르(26)는 2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이슬람 급진단체 알 무하지로운의 주선에 따라 아프간 전선에 파견됐던 그는 이날 탈레반 전선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도망쳐 나온 뒤 “순교자가 되고자 했던 나는 너무 순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탈레반 전선은 완전히 혼란 그 자체라는 것. 그는 지난달 말 파키스탄에 도착한 뒤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온 지원병 25명과 함께 아프간의 수도 카불 인근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 채 AK47 소총 한 자루씩을 받아쥔 채 최전선에 투입됐다.

“갑자기 누군가가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그 쪽으로 총을 마구 쏘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방도 우리편이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같은 편의 전사를 죽이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승리했다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실토하면서 “마치 우리 목숨이 미치광이와 거짓말쟁이의 손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며 탈레반 전선의 혼란상을 전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