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反戰…영국시위대 정부청사 점거 농성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28분


호주 시드니의 反戰 집회
호주 시드니의 反戰 집회
그동안 이슬람 국가들에 국한돼 있던 반전여론이 영국 독일 미국 등 서방세계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에서 반전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가 하면 독일에서는 전쟁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반(反)테러에 앞장섰던 서방국가들의 여론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 특히 14일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과 600만∼750만명의 아사(餓死) 및 동사가 우려되는 혹한기를 앞두고 반전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여 아프간 전쟁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영국 웨스트민스터에서 아프가니스탄 공습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영국 국제개발부 청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라고 PA통신이 전했다. PA통신은 “시위대 일부가 청사 난간에 몸을 묶고 격렬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지난 2주 사이 아프간 공습에 대한 지지율은 12%포인트나 떨어져 62%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에서는 4일 전직 각료를 포함한 2000여명의 시위대가 수도 더블린에서 반전시위를 벌였다.

반전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독일에서는 최근 집권당인 사민당에서조차 전쟁 반대 목소리가 커져 ‘무한정의 연대’를 표명한 독일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민당 뤼디거 파이트 의원은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은 온데간데없고 죄 없는 민중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금식월에 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민의 여론은 영국보다 더 비판적이다. 지난주 조사결과 3분의 2가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스페인 국민은 아프간 파병안에 대해 60%가 반대했으며 프랑스에서도 절반 가량이 참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아프간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렇다할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회의와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4일 “이번 전쟁이 ‘테러리즘에 맞선 우리 모두의 전쟁’이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과 미국의 전쟁’으로 비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여론도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다음주 발행되는 12일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아프간 공습이 심사숙고한 결과”라는 응답은 72%로 2주 전보다 6%포인트 줄어들었다.또 미 정부가 테러위협에 잘 대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와 ‘아니다’가 각각 46%로 나타났다.

<하종대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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