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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9일 1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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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황을 누리는 유흥업소들 덕분에 위스키 판매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스키의 90% 이상이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
주류업계에 따르면 1997년 279만 상자(1상자 9ℓ 기준)였던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외환위기 한파로 이듬해 150만 상자로 급감했으나 이후 꾸준히 회복돼 올해는 299만 상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룸살롱에서 한 병에 15만∼25만원씩 받는 프리미엄급(숙성기간 12년 이상)과 25만∼45만원인 슈퍼프리미엄급(〃 15년 또는 17년 이상)이 스탠더드급(〃 6년 이상)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왔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는 위스키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 이에 따라 진로발렌타인스 씨그램코리아 하이스코트 등 기존 대형 위스키 판매업체들은 최근 광고와 판촉활동을 크게 늘렸고 1998년 위스키 사업을 접었던 두산은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이스코트는 프리미엄급인 ‘딤플 12년’만으로는 고급화 바람을 타고 있는 한국 위스키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슈퍼프리미엄급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J&B와 커티삭은 최근 500㎖ 들이 프리미엄급 위스키를 내놓고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500㎖짜리는 선진국에서는 없었으나 세계적인 위스키 업체들이 한국 룸살롱 공략을 위해 특별히 만든 모델로 국내에서 이미 보편화된 상태.
위스키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한국의 ‘주당(酒黨)’들에게 고마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올 상반기(1∼6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극동지역의 스카치위스키 소비량이 급증했으며 그 가운데 한국의 위스키 소비는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를 인용해 “상반기 한국으로의 수출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으며 수출 금액도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에 스카치위스키의 전세계 수출량은 11.2%, 수출 금액은 1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언 굿 스카치위스키협회장은 “아시아 위스키 시장의 성장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며 “98년 경제위기 이후 주춤했던 아시아가 다시 위스키 산업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위스키업체의 한 영업담당자는 “최근 위스키 소비가 늘어난 것은 기업 접대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불경기에 접대가 왜 그렇게 많은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파리〓박제균특파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