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국지전 비화 조짐…이軍 민간시설 포격 3명사망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37분


17일 발생한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의 피격 사망사건을 계기로 악화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국지전으로 번질 기미다.

이스라엘군은 19일 새벽 탱크 20대를 앞세우고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베들레헴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진입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시설과 호텔 등 민간 시설을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18일에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와 예닌에서 탱크 포격을 가해 12세 소녀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졌다.

같은 날 베들레헴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 간부 아테프 아바야트와 대원 등 3명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이스라엘군 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 아바야트는 9월 베들레헴에서 발생한 유대인 여성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팔레스타인측도 대응에 나서 18일 베들레헴 외곽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베이트 잘라와 베이트 사후르로부터 인근 유대인 정착촌인 길로와 하르 호마를 향해 박격포와 자동소총이 발사됐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이스라엘인 1명이 숨졌으며 유대인 정착촌 길로에도 폭탄이 투척됐으나 희생자는 없었다.

이스라엘 일부에서는 이번 지비 장관의 피격 사건이 1982년 팔레스타인인이 슐로모 아르고프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저격 살해한 사건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 사건을 기화로 레바논에 대한 침공을 감행했으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당시 국방장관이었다.

아라파트 수반은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해 지비 장관을 살해한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조직원에 대한 검거령을 내리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PFLP 조직원 전원에 대한 검거에 나섰으며 이미 8명을 가자지구와 라말라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 역시 이스라엘측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유럽과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암살 음모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18일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 대응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던 바이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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