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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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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플로리다주에서 직장 동료 2명이 생물학 무기로 사용되는 탄저병에 잇달아 감염된 사건이 발생, 미 정부가 생화학 테러의 가능성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미 플로리다주 보건당국은 8일 주간지 발행 업체인 아메리칸 미디어사의 직원 에르네스토 블란코(73)가 탄저병에 감염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지난주 폐렴 증세로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 입원했으며 병원측은 그의 호흡기 검사를 통해 탄저균을 검출했다.
이에 앞서 5일 같은 회사 직원인 밥 스티븐스(63)가 탄저병으로 사망했다. 아메리칸 미디어사가 발행하는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더 선’의 사진부장이었던 그의 컴퓨터 키보드에선 탄저균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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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이에 따라 8일 이 회사 건물 전체에 대한 출입을 봉쇄하는 한편 직원 400여명 전원을 상대로 탄저병 감염 확인 검사를 실시했다.
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사망한 것은 1976년 이후 25년만의 일. 미국 내에선 20세기 100년 동안 발생한 탄저병 환자가 모두 18명에 불과할 만큼 희귀한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탄저균이 양 등 동물을 통해 인체에 감염될 수도 있으나 한 직장 직원이 우연히 잇달아 이 병에 걸릴 확률은 제로라고 밝혔다.
세계 감염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탄저균이 생화학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기해왔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인체에 흔히 존재하는 결핵 등의 균은 100만개가 되어야 질병을 일으키지만 탄저균은 100개만 인체에 침투해도 즉각 발병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며 탄저병 감염자의 치사율은 7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탄저균이 △입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면 대장염을 일으키고 고열이 발생하며 △공기를 통해 전염되면 폐렴을 유발하고 △상처에 노출되어 감염되면 패혈증을 유발한다고 우 교수는 덧붙였다.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생화학 테러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주 스티븐스가 사망했을 때만 해도 탄저병 발생을 테러와 무관한 별개의 사건으로 간주했으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함에 따라 세균살포에 의한 의도적 범죄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살테러를 감행한 범인 중 모하마드 아타는 플로리다주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화학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살포 비행기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테러 가능성은 특히 미국이 적성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이라크가 탄저병균을 이용한 생물무기를 생산하고 있음을 시인한 바 있어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
미국에선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바이오포트사에 탄저병 백신 독점 생산시설이 있으나 식품의약국(FDA)이 이 회사 백신의 품질 등에 의문을 제기, 생산 허가를 보류하는 바람에 98년 이후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