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제한공습 전략 마련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맹추적(hot pursuit)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은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에 대한 경고용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제한적으로 공습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8일 영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탈레반이 빈 라덴 인도를 계속 거부할 경우 제한적인 공습을 통해 협조토록 위협하는 전략을 영국과의 조정을 거쳐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제한적인 공습 전략은 미국이 아직 빈 라덴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미국은 즉각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극적인 정보가 포착되면 어느 때라도 정밀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재래식 요소가 포함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테러분자들을 맹렬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해 정찰활동을 펴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테러범과 조직의 자산을 동결함으로써 자금줄을 막도록 의무화하고 테러조직에 대한 모든 직간접 자금지원을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의 대(對)테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제출한 이 결의안은 또 모든 국가에 대해 테러범과 조직에 피난처를 제공하지 말고 이런 행위를 범죄로 명문화하는 국내법을 채택토록 요구하는 한편 테러를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 내용을 안보리에 60일 이내에 보고토록 했다.결의안은 테러 근절을 위한 협력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선 안보리가 제재를 가하거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29일 한 이란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다면 빈 라덴을 핑계로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국가는 모두 적으로 간주해 보복하겠다”고 다시 경고했다.

파키스탄 대표단은 28일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설득하기 위해 탈레반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한펀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이란 접경지역에서 미군 특수부대 요원 3명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프간인 2명을 체포했다고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TV가 29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체포된 사람들은 무기와 함께 미국 테러참사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이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들 5명은 정찰임무 수행 중이었다”며 “이들의 얼굴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관영통신은 이러한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탈레반 바크타르 통신의 한 간부는 “칸다하르의 고위 관리들에게 확인했으나 모두들 미군을 체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이슬라마바드〓홍권희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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