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웃과 추석맞이 행사 주한 프랑스인들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38분


“추석이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겠어요. 이렇게 모여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을 정(情)이라고 하나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4동의 한 가정집. 알록달록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인들 사이로 푸른 눈의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송편을 빚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녹두전을 맛본 외국인 주부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며칠 이른 추석잔치는 반포4동 주민들이 ‘이웃 프랑스인’들을 한국인 가정으로 초청해 이뤄진 것. ‘프랑스 이웃’들은 인근 서울프랑스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학부모 20여명. 반포4동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 270여명을 포함해 140여가구 450여명의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프랑스 타운’이 형성돼 있다.

“그동안 집에서 송편을 만들어보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먹는 법은 잘 알아요. 이렇게 한입에 쏙 넣으면 되지요.”

이날 아들 알렉상드르(7)와 함께 초청된 다누타 폴리(44·여)는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회원들의 전통춤 공연이 시작되자 춤사위에 매료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알렉상드르군도 제기차기에 신이 났는지 연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포4동 주민들이 프랑스인과 함께 추석맞이 행사를 연 것은 올해로 3년째. 덕분에 프랑스인들은 주민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고 주민들은 한국어 교재를 보내주는 등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뉴욕시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외국인으로서 두렵기도 했죠. 그러나 주민들이 안심을 시켜주고 평소보다 더 친근하게 대해줘 이제 걱정은 사라졌어요. 아마 프랑스에 있었으면 더 불안했을 것 같아요.”

한국에 온 지 3년째인 폴리씨는 “아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프랑스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반겨준 반포4동 주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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