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종군기자 입국 ‘바늘구멍’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는 요즘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기 위한 외국 특파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350여명의 외국기자들이 종군기자로 전쟁터에 들어가기 위해 ‘예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두샨베 중심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공화국’ 대사관. 타지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있는 북부동맹의 대사관이다. 이곳에는 매일 아프가니스탄 입국 비자를 받으려는 외국기자들이 수십명씩 몰려든다.

어렵게 비자를 받아도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길이 금방 뚫리는 것은 아니다. 두샨베에서 국경까지는 자동차로 약 8시간이 걸리는 데다 곳곳에 이슬람 반군의 잔당이나 무장강도가 많아 통과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국경을 지키고 있는 러시아 수비대는 외국인에게는 국경통과 허가를 내주지도 않는다.

두샨베에서 자가용영업을 하는 알리 마마드쇼예프는 아프가니스탄까지 태워다 달라는 기자의 제의에 “1000달러를 준다고 해도 가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는 길은 항로뿐이다. 두샨베와 북부동맹 수도인 파이자바드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북부동맹의 AN26여객기와 북부동맹 야전사령부가 있는 판시르계곡까지 가는 MI8 등 러시아제 헬기가 외국기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북부동맹은 기자들이 몰려들자 1인당 300달러씩 받고 비행기나 헬기에 자리가 남으면 태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돈을 받은 뒤 ‘티켓’이라며 건네준 쪽지에는 “반드시 아프가니스탄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단서가 적혀 있다. 그래도 외국기자들은 아침마다 아프가니스탄행에 대한 한가닥 기대를 걸고 두샨베공항에 나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편은 번번이 취소되거나 정부 관계자들만 태운 채 떠나기 일쑤다. 23일에도 기자를 포함해 12명이 두샨베공항에서 8시간을 기다렸으나 끝내 비행기는 뜨지 않았다. 북부동맹 관계자는 “타지키스탄 당국이 기술적인 문제로 이륙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22일에는 5일만에 3대의 헬기가 출발했으나 악천후로 한대는 돌아오고 두 대는 국경근처에 비상착륙했다.

호텔과 통역들도 ‘아프가니스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호텔 방 구하기가 어렵고 택시기사나 통역은 70∼100달러의 일당을 요구한다. 타지키스탄 장관의 월급보다도 많은 돈이다. 한 호텔 기념품가게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지도를 40달러에 팔고 있다.

<두샨베(타지키스탄)〓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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