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미국 영공이용 허용"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04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19일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문제에 대해 미국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보복공격을 강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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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는 이날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열리고 있는 종교지도자회의에 보낸 연설문에서 "우리는 미국과 갈등을 겪고 싶지 않다" 며 "우리는 미국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오마르는 그러나 "미국이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 범인을 찾아내길 바란다" 고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은 협상할 때가 아니라 행동해야 할 때" 라며 빈 라덴의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관련,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밤 긴급 TV 연설을 통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해 파키스탄 영공이용, 병참기지의 사용 및 정보교환을 요청해 왔다" 며 "파키스탄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할 것" 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여러 국가가 테러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다른 국가가 테러를 지원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중임을 시사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특정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미 언론은 동시다발테러를 저지른 테러범 중 한 명이 이라크 정보요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군사행동과 관련, 워싱턴포스트지는 19일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미군의 해외 파병이 몇 주 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지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0일 새벽 1시 미국 테러와 관련한 선진 8개국(G8)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G8은 이 성명을 통해 유엔이 마련한 테러에 대한 12건의 조약을 각국이 빠른시일 내에 비준하는 한편 각종 테러방지 조치 리스트를 만들어 시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쿄=심규선특파원·워싱턴=한기흥특파원>ksshim@donga.com

▼오마르 연설 요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최고지도자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1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리고 있는 종교지도자회의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연설문을 보냈다.

우리의 체제는 진정한 이슬람 체제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적들에게는 우리의 시스템이 눈에 가시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우리 체제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 공격을 주도했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 빈 라덴은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그런 공격을 계획하거나 이행에 옮길만큼 외부세계와 접촉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또한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다른 어떤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이용하도록 허가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려 한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으며 지금도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은 빈 라덴을 용의자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빈 라덴은 자신의 개입 사실을 부정했다. 불행히도 미국은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온갖 비난을 퍼부으며 군사 행동을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만일 증거가 있으면 아프가니스탄 대법원에 제시하거나, 이슬람 국가 가운데 세 나라의 성직자들이 빈 라덴 재판을 다루도록 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 아니면 (이슬람 52개국을 대표하는) 이슬람 회의 가 빈 라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모든 제의를 거절했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수사를 진행해 진범을 찾을 것을 요청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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