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문명간 충돌 아니다"

  • 입력 2001년 9월 18일 23시 57분


1996년 ‘문명의 충돌’이란 저서를 펴내 화제를 모았던 새뮤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 20일 최신호와의 회견에서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결코 문명 간 충돌이 아니며 광기 어린 집단의 범죄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문명 간 충돌은 기독교 국가와 이슬람 국가가 화해와 협력을 하면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에세프 요페 디 차이트 발행인이 헌팅턴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

-이번 참사는 당신이 이야기한 문명충돌인가.

“이번 테러는 문명사회에 대한 야만인의 비열한 공격이며 광기 어린 집단의 범죄일 뿐 결코 문명 간 충돌로 볼 수 없다. 일부 이슬람교도가 환호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범죄로 규정하고 혐오감을 나타냈다.”

-이슬람 세력이 기독교 세력을 공격했다는 것 자체가 문명충돌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는 이슬람 세계의 분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문명 충돌이 정말 발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의 이슬람 국가와 미국이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달려있다.”

-범인들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테러 대상이 된 뉴욕 세계무역센터는 미국과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그리고 국방부 건물(펜타곤)은 세계 최대 강대국의 군사력을 상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범인들이 겨낭한 것은 미국인가, 아니면 서구문명인가.

“둘 다 겨냥했다고 본다. 범인들은 증오의 대상인 서구문명의 상징으로 미국을 파악했다.”

-미국은 범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범죄 주체를 찾아내 처단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범인들은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며 각각의 목표도 다르다. 미국은 이런 까닭에 전혀 다른 형태의 전쟁을 치러야한다.”

-미국 혼자서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혼자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맹국과 함께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들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도 테러를 반대하는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 만약 이슬람 국가들이 이번 전쟁을 방관하거나 테러 세력에 도움을 준다면 그동안 우려하던 문명충돌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미국이나 서방국가는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나.

“준비해 나가고 있는 과정으로 본다. 미 국방부가 나서 그동안 냉전시대 의식에 젖은 미군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군부의 속성상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민들도 그들이 위험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리〓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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