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아시아에 ‘추파’… 악화된 관계회복 나서

  • 입력 2001년 8월 29일 19시 19분


취임 후 줄곧 아시아 국가를 경시하는 정책을 펴온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내각이 아시아 국가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애쓰고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강행과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등으로 잃은 신뢰를 되찾자는 뜻에서다. 성과는 미지수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9일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전 대장상) 일한친선협회 회장을 만나 “한국과 의사소통에 전력을 기울이겠다. 상황을 보아가며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달 16일부터 23일까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을 순방한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정부개발원조(ODA)를 삭감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방침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초 이 기간 중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아동특별총회’에 참석해 의장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측이 완곡히 거부하자 동남아 순방으로 방향을 바꿨다.

일한의원연맹과 일중의원연맹도 내달 중순 각각 한국과 중국에 대표단을 보내 양국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할 방침이다.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은 매년 대규모 방문단을 교환해 왔으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로 5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례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유엔아동특별총회에 일본 대표로 참석하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은 김 대통령과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원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를 대신해 관계회복을 원하는 일본 정부의 뜻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아직은 한국과 중국의 반응이 냉담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한중 양국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우익세력을 옹호해온 산케이신문은 29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이 요구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사과나 교과서 개정 문제는 내정간섭인 만큼 정상회담을 거부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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