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토씨 부부 "늦깎이 한국 공부 즐거워"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6분


“가갸 거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한일관계가 냉랭한 가운데고희를 넘긴 일본인 노부부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있어 화제다.

부경대 외국어교육원의 ‘한국어 집중연수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거주 오카모토 데루오(岡本照南·71)씨와 부인 미에(美惠·71)씨.

우체국장과 수학교사로 정년 퇴임한 이들 노부부가 등록한 연수 프로그램은 지난달 30일부터 3주일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어 실력이 변변치 않다. 하지만 우리에겐 광복절이고 그들에겐 패전일인 15일에도 수업에 참가하는 열의를 나타냈다.

이들 노부부가 한국어 배우기에 나서게 된 것은 역사와 불교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 일본 불교사에 관한 책까지 펴낸 오카모토씨는 올 초 일본과 교류가 많은 부경대의 강남주(姜南周) 총장에게 “일본 불교가 한국에서 전해진 만큼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한국 불교사를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 이 강좌에 등록하게 됐다. 이들 부부의 ‘동급생’은 한국 유학을 준비중인 일본인 젊은이 17명. 노부부는 이들과 함께 이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빡빡한 수업뿐만 아니라 점심, 휴식시간에도 오직 한국어 배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과 전통요리 실습, 문화유적지 답사 등 다양한 한국문화도 체험하고 있는 이들 노부부는 “한국의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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