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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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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립을 지켜야 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이 선거 막판 로게를 교묘한 수단으로 지원하면서부터 선거구도가 ‘김운용 대 사마란치’의 대결구도로 바뀌어버렸다. 결국 선거 직전 ‘김운용 패배설’은 총회장에서 공공연히 나돌 정도.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유치로 인해 ‘아시아의 유색인들에게 둘다 줄 수 없다’는 경계심이 백인 기득권 세력을 똘똘 뭉치게 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사마란치가 무려 28번이나 서울을 방문했을 정도로 밀월관계를 유지해왔지만 2년전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뇌물스캔들이 터지면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김 회장은 사마란치의 지론과는 배치되는 IOC위원의 올림픽 유치도시 방문허용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비유럽지역 IOC위원의 호응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이게 빌미가 돼 선거 하루전인 15일 유럽과 미주 언론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으면서 심한 내상을 입었다.
반면 로게는 ‘미스터 클린’이란 별명처럼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워 사마란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16일 총회에서 자신의 아들을 IOC 위원에 당선시키는 등 퇴임후에도 종신 명예위원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사마란치로선 자신에게 반기를 든 김 회장보다는 로게쪽이 훨씬 편했다는 분석.
결국 김 회장은 ‘인종과 사마란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모스크바〓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모스크바〓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IOC총회 이모저모…사마란치 아들 예상대로 IOC위원에▼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의 아들 사마란치 주니어(42)가 ‘예상대로’ IOC 위원에 선출. 이로써 21년 권좌에서 물러난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종신직인 명예위원장에 앉은 채 아들을 통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7명의 후보 중 세계근대5종경기연맹 부회장인 사마란치 주니어를 비롯해 홍콩 인도 호주 카메룬 네덜란드 등 6개국 후보가 새로운 IOC위원에 선출됐다.
스위스 후보는 이미 5명의 IOC위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돼 탈락했다. 사마란치 주니어는 71표의 압도적 찬성표(반대 27, 불참 11)를 받았다. 사마란치 부자(父子) 전에 부자 혹은 부녀가 IOC위원을 역임한 경우는 모두 9차례.
○…신임 위원장 선거 결과가 발표된 컬럼홀은 21년전 사마란치가 위원장으로 뽑혔던 장소. 사마란치는 80년 7월16일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 앞에 위치한 컬럼홀에서 제7대 위원장으로 뽑혀 국제올림픽계를 주도했다.
21년 전 사마란치가 선출됐던 같은 장소, 같은 날짜에 후계자를 뽑게된 것은 아직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마란치의 뜻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 전자 투표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가장 표가 적은 후보부터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 후보 국가의 위원은 투표권이 없지만 중간에 자국 후보가 떨어지면 투표권이 복원돼 박빙의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 과거와 달리 후보 당사자와 사마란치 현 위원장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
○…미국의 여성후보인 애니타 드프란츠가 1차 투표에서 가장 먼저 탈락. 이로써 2차 투표는 기호 1번 김운용 후보를 비롯해 벨기에의 자크 로게, 개나다의 리처드 딕 파운드, 헝가리의 팔 쉬미트간 4파전으로 압축.자국 후보가 떨어진 미국 IOC 위원 3명은 2차 투표부터 투표권이 복원돼 위원장 선거 유권자 수는 총 113명으로 늘어났고 김운용 후보측은 1차 투표 후 복원된 미국 위원들의 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