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무원 송환]美-中 온건파 대화채널의 승리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42분


‘신냉전시대가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던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이 미 승무원들의 귀환으로 일단 해결의 전기를 맞은 것은 양국의 온건파들이 거둔 외교적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이 강경한 대중국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의 해법을 놓고 양국에선 강경파와 온건파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었다.

미국에선 공화당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정찰기 승무원과 기체가 즉각 송환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중국에서도 군부 등은 미국의 사과가 사태해결의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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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미중이 외교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연 것은 양국이 강경파에 발목을 붙잡히지 않고 대화로 민감한 현안을 풀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패트릭 크로닌은 “부시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은 긍정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화위복(轉禍爲福)론’을 폈다.

미국에선 ‘외교 문외한’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부시 대통령이 첫 번째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했으며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이 주도한 온건노선이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조 몬트빌은 “부시 대통령이 의회 보수파들의 강경한 주문에 응하지 않은 것은 성숙한 외교의 승리”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닉 라디도 수석연구원은 외교안보팀 강온파 간에 이견이 있었음을 지적, 파월 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등 매파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 언론은 중국에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장 주석이 군부의 반발과 국민의 반미감정을 무마, 온건한 해결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의 일간지 명보는 12일 장 주석이 “타협을 통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중미 관계에 유리하며 이치에도 맞는다”는 메시지를 당 지도부를 통해 군부에 보냈으며 군부가 이를 수용, 결국 장 주석의 의도대로 이번 사건이 해결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기업연구소의 아서 월드론 아시아 담당국장은 “중국이 승무원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8년 올림픽 유치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앞두고 미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실리 차원의 판단이었다”면서 “‘사과’의 표현 수위는 협상의 핵심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국은 이제 겨우 위험한 고비를 넘겼을 뿐 18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사건의 후속회담에서 책임과 정찰기 송환, 배상 문제 등을 놓고 다시 힘겨루기를 벌여야 할 상황이어서 양국의 외교력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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