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과 한 적 없다" 중 "사과 받았다" 상반된 해석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29분


"확고한 의지와 투쟁으로 미국의 사과를 받아냈다."

"미국은 사과를 할 일도, 사과를 한 적도 없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을 둘러싼 양국의 자존심 대결은 24명의 미 승무원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12일에도 계속됐다.

11일 오후 미국이 중국에 보낸 편지 내용를 놓고 중국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인명 손실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일 뿐이라며 제각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중국 언론은 미국측의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협상에서 승리을 거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미국 정부가 처음에 보인 무례하고 비합리적인 태도를 중국 인민에게 '대단히 미안하다'로 바꾼 것은 미국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확고한 투쟁 때문이었다"고 논평했다. 북경신보(北京晨報)과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도 "미국 정부가 사과 서한을 건넸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사건 발생 직후 승무원의 즉각 송환을 요구하던 미국은 유감(regret)→미안(sorry)→대단히 미안(verry sorry)으로 발언 수위를 높여온 게 사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실종되고 미국 정찰기가 허가 없이 중국 영토에 착륙한 데 대해 미안한 것이지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사과라는 용어는 우리가 무언가 잘못해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과가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서한은 '미안'(sorry)이란 단어 앞에 '대단히'(very)라는 부사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미 중 모두의 체면을 살려줬다"며 양국의 상반된 해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