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비판언론' 세무조사 항의 예술인등 2만명 반정부 시위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37분


지난달 31일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러시아 정부의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러시아 언론인연합과 인권·시민단체들의 주도로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없었다.

시민들은 최근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탄압을 받고 있는 민영 NTV의 로고가 그려진 풍선과 피켓을 들고" NTV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라" 고 촉구했으며 저명한 언론인과 예술인, 정치인들도 시위에 많이 참석했다.

이리나 하카마다 하원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이 '인의 장막' 에 갇혀서 정확한 여론을 듣지 못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언론자유는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우파연합(SPS) 등 우파 야당이 빠짐없이 참여했으나 공산당 등 좌익계 야당은 외면해 대조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지식인 대표들이 '언론자유와 독립성 수호' 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푸틴 정부는 3대 전국 방송 중 유일한 민영방송인 NTV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NTV에 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과 국영기업을 동원해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이 스페인으로 도피한 뒤 경영난에 빠진 NTV가 체첸전에 반대하고 지난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모스크바대 언론학부의 한 교수는 "검열 등 직접적인 탄압은 사라졌으나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더욱 교묘해져 과거 KGB가 하던 역할을 국세부나 반독점부(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가 대신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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