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2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일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엔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가격 또한 낮아져 일본 상품 수출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일본과 수출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은 불리해진다. 일본 통화당국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엔화를 팔면 시중 엔화 유통물량이 늘어나 자금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 내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면 바로 미국과 통상마찰이 생길 것으로 보고 엔저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신행정부로서도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적자를 안고 있는 처지라 엔저를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8일 도쿄시장의 엔화 가치 하락을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상의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미야자와 재무상은 “일본재정은 파국에 가까운 상황이다. 근본적인 재정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는 “자연스럽게 엔화가 약세로 가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도 전날 도쿄시내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리는 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자 7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환율이 한때 1.05엔이나 오르는 등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일본은행 관계자는 급히 “일반론을 이야기한 것이지 엔저현상을 유도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엔저정책을 그동안 반대해온 하야미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은 정책화를 시사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 이전에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엔저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