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금융재벌 마크리치 사면 대가성 조치 아니었다"

  • 입력 2001년 2월 18일 19시 02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금융재벌 마크 리치의 사면 조치가 정당한 결정이며 ‘대가성 사면’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뉴욕타임스지에 ‘사면의 이유’라는 기고문을 보내 “8년간 미국인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해 온 나로서는 쏟아지는 비난이 매우 고통스럽다”면서 “사면조치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으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의 이유로 △리치와 동업자 핀커스 그린이 기소된 것과 같은 혐의를 가진 다른 석유회사들엔 민사적 책임만 묻고 △당시 법무차관도 ‘찬성쪽 중립’이었으며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 등 공화당 법률가 3명도 사면을 요청했다는 등 8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리치가 이스라엘 자선재단에 기부를 많이 하고 적대국내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려는 모사드의 노력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내외의 유대인 지도자들이 그를 사면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법적인 측면과 외교적 측면을 깊이 생각해서 내린 조치라는 해명인 셈. 그는 그러나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가 정치자금을 냈기 때문에 사면을 했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라며 “리치가 잘못이 있어 국가에 빚을 지고 있다면 사면으로 이들이 귀국해 민사소송에 응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수사당국은 리치 등이 도피 중이라는 점만 고려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으나 “사면에 반대했던 뉴욕 남부지검 매리 조 화이트 검사의 의견을 직접 구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아무튼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사면 스캔들’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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