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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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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시민으로 구성된 수천명의 시위대는 2일 자카르타 시내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이틀째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국기와 ‘와히드 즉각 퇴진’ 등의 구호가 씌어진 대형 깃발을 흔들며 무장경찰과 대치했으나 분위기는 전날보다는 다소 누그러졌다. 스나얀 종합경기장을 비롯한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지방 대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와 트럭 위에 시위대가 올라가 ‘와히드 하야’ 구호를 외쳤다.
반면 대통령궁 앞에는 와히드의 고향인 자바섬에서 온 이슬람단체 나둘라툴 울라마(NU) 회원 1000여명이 ‘와히드는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이라고 외치며 친정부 시위를 주도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와히드의 할아버지가 창설한 NU는 와히드도 15년간 회장을 역임하는 등40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인도네시아 최대의 종교단체.
와히드 대통령은 2일 이슬람교도 대표와의 모임에서 “나는 사임할 뜻이 없으며 2004년 임기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측근인 모하마드 마후드 국방장관을 불러 의회의 해명요구와 시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혼란이 계속되면서 군부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카르타의 한 외교소식통은 “군부가 겉으로는 와히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대통령에 불리해지면 법적 계승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육군 수뇌부들은 비공식 석상에서 “군은 국가와 헌법에 충성할 뿐이지 특정 개인을 추종하는 사병이 아니다”며 와히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내 뒤에 군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이슬람연구소(IAIN)의 이지우마르디 아즈라 박사는 1일 “군이 쿠데타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러나 정치적 위기가 계속 고조된다면 간접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제1당인 민주투쟁당(PDIP·153석)과 제2당인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골카르당(120석)이 와히드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에 와히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더 거세질 경우 와히드가 소속된 국민각성당(PKB·51석)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백경학기자·자카르타 외신종합 연합>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