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세가 회장 "경영책임 실패" 9400억원 출연

  • 입력 2001년 2월 1일 17시 53분


식도암으로 투병중인 일본의 게임기 업체 사장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856억엔(약 9416억원)어치의 사재를 내놓았다.

‘세가 새턴’ 등 게임기로 유명한 일본의 ㈜세가 엔터프라이즈의 오카와 이사오(大川功·74) 회장 겸 사장은 지난달 31일 대리인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세가 그룹 창업자이자 오너인 오카와 회장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개인재산을 증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카와 회장은 지난해 여름 식도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으며 아직까지 수술 경과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가는 거금을 들여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 ‘드림캐스터’의 판매가 부진해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자 3월말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재고품 200만대 정리 등으로 약 800억엔의 특별손실이 발생하자 그는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재를 회사에 내놓은 것.

드림캐스터는 지난해 4∼12월 판매대수가 232만대로 목표의 44%에 그쳤다. 한때 세계 게임기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세가는 최근 수년간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쟁업체인 닌텐도와 소니에 뒤져 고전해왔다.

오카와 회장은 지난해에도 세가가 1000억엔 규모의 제3자 할당증자를 실시할 때 절반을 떠안았다.

이 액수까지 합하면 오카와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돈은 1356억엔(약 1조4916억원)에 이른다.

오카와 회장은 지난해 세가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세가의 모기업인 CSK 회장직에서 물러나 계열사인 세가회장에 취임한 다음 재건 계획을 직접 지휘해 왔다. 이번 사재 증여를 계기로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회사 살리기에 의욕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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