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M협정 파기할수도"…체니 인터뷰서 공식천명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8일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러시아와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nti―Ballistic Missile·ABM) 협정의 개정을 추진하되 불가피할 경우 협정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공식 천명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폭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72년 미국과 구 소련이 체결한 ABM 협정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국가와 맺은 협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또 “ABM은 우리에게 필요한 미사일방어 체제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수정돼야 하고 미국은 그 협정을 폐기할 권리를 보유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그 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ABM 협정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처럼 ABM 협정의 일방적인 파기 가능성까지 천명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ABM 협정은 미국과 구 소련 양측이 전역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만약 한 나라가 이를 어길 경우 상대 국가는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

때문에 NMD 구축을 위해선 ABM 협정의 개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NMD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와 관련해 체니 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우리에게 지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두 나라에 대한 설득이 실패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워낙 강경한 태도여서 상대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99년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게 ABM 협정 개정에 동의해주면 러시아의 미사일레이더기지 등을 완성시켜 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탄도요격미사일(ABM) 협정▼

1972년 미국과 구 소련이 체결한 것으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함께 양국이 추진해온 핵군축협정의 양대 골격에 해당한다. ABM은 적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공격으로부터 도시와 ICBM진지를 방어하는 방공시스템. 레이더가 적 미사일의 습격을 알리면 컴퓨터가 그 궤도를 계산하고 그 경로를 향해 미사일이 발사된다. 파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격 미사일에는 핵이 탑재되고 초고성능 레이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ABM 배치는 66년 구 소련이 먼저 했다.

그러나 미국은 많은 돈을 들여 배치해도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며 68년 구 소련에 제한협정을 제안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양국은 군비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양국에 한 곳씩만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고 △국가전체방어망은 포기하며 △만약 추가로 방어망을 구축할 경우 선제 핵공격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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