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정은 경영이다" 신임경제팀 기업가 포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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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멕시코를 이끌 전문 경영인을 찾아라.’

멕시코 역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비센테 폭스 대통령 당선자는 7월 선거가 끝난 뒤 5개의 민간 헤드헌터 업체에 내각의 경제팀을 맡을 각료 인선을 의뢰했다. 멕시코 경제 회생을 위해 경제팀을 현업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경영엘리트로 채우겠다는 구상에서였다.

폭스 당선자는 23일 민간 회사를 경영하던 기업인이나 국제 금융전문가 출신 상당수가 포함된 새 내각을 발표,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12월1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폭스 당선자 역시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 주지사에 당선되기 전 중남미지역 코카콜라의 사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 현지 언론들은 주지사 시절 낙후된 과나후아토를 멕시코의 31개 주 가운데 경제발전 순위 5위로 끌어올렸던 그가 이번에는 국정운영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 멕시코의 경제 재건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경제팀 가운데 가장 요직인 재무장관에 내정된 프란시스코 힐 디아스(57). 현재 멕시코의 장거리 통신업체인 아반텔의 사장으로 경제학의 명문인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1979년부터 3년 동안 경제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재정수입 확충을 위해 멕시코 조세제도 개혁에 앞장서 ‘철의 세리(稅吏)’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유경제를 주창한 시카고대 밀턴 프리드먼 학파의 영향을 받은데다 그동안 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주창해 와 국제적으로도 신망이 높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폭스당선자의 대선 공약인 탈세를 통한 부정부패 척결과 세수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아스 내정자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 경제장관을 맡게 된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내정자(53)는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의 고위관리를 지낸 국제금융통. 폭스당선자의 정권인수팀에서 경제 담당 보좌관을 맡아온 그는 이번에 상공부와 경제부의 일부 기능을 통폐합한 경제장관에 임명됐다.

교통―정보통신장관으로 내정된 페드로 세리솔라는 멕시코의 국영전화회사인 텔멕스(TELMEX) 부사장 출신. 91년 ‘공룡기업’ 텔멕스의 민영화를 강력히 주창했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통신 주무부서의 장관으로 내정된 사실로 미뤄 텔멕스의 민영화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에르네스토 마르텐스 레볼레도 에너지장관 내정자도 화학기술자 출신으로 멕시코 국제공항공단(Cintra) 이사장을 지낸 인물. 멕시코 최대 유리제조업체인 비트로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밖에 농업장관으로 내정된 하비에르 우사비아가도 마늘의 품종을 개량해 국제학계의 인정을 받은 농목축 기업인 출신이다. 관광장관에 임명된 레티시아 나바로 역시 미국 기업인 제프라 질레트의 멕시코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유명한 여성 기업인이다.

물론 공직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로 경제팀을 구성한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민주혁명당의 헤수스 오르테가 마르티네스 상원의원은 “폭스 당선자가 내각을 구성하는 것인지, 사기업 임원을 임명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폭스 당선자는 “멕시코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적격”이라며 “현재 정치권 내에는 책임감과 능력을 고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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