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2인 대법심리 관전평]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20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합산 여부 심리를 관전한 법률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측 변호인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대결을 했다고 평가했다. 각각 CBS와 CNN방송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명 변호사 앤드루 코언과 켄 그로스의 이날 심리 관전평을 요약한다. 변론이 팽팽했듯이 이들의 전망도 서로 다르다.》

▼앤드루 코언/고어 지지땐 사태 장기화▼

이날 심리에서 대법원 판사 7명은 양측 변호인들에게 무려 180여개의 질문을 던졌다. 1분에 1.5개의 질문을 던진 셈이다. 판사들이 그만큼 이번 심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판결이 연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고어 후보측 변론이 좀더 극적이고 매끄러웠다. 고어 후보측이 깊이 있는 자료 수집과 다양한 미사여구를 동원한 반면 부시 후보측은 다소 딱딱한 변론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대법원이 부시 후보측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하급 순회법원이 법정시한 이후 제출된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이미 판결을 내린 이상 상급 항소법원이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엎을 가능성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 많이 통용되는 ‘혼란의 퍼레이드’ 이론으로 볼 때 법원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판사들은 부시 후보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개표혼란 사태가 수습되지만 고어 후보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사태가 장기화된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켄 그로스/고어에 유리한 판결 예상▼

법원이 가장 고심하는 문제는 고어 후보측이 주장하는 수작업 재검표를 통한 플로리다 주민들의 투표권 확인과 부시 후보측이 주장하는 선거법 준수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판사들의 질문을 분석해볼 때 재검표 결과를 반영하라는 고어 후보 진영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판사들의 질문은 주로 ‘시간’의 문제에 집중됐다. 질문의 초점이 일단 재검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재검표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인가에 맞춰졌기 때문에 고어 후보측에 유리한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주 법도 고어 후보측에 유리하다. 즉 판사들이 선거관련 법규를 광범위하게 유권해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법대로 하고 있다는 부시 후보 진영의 주장보다는 재검표를 통해 유권자들의 의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어 후보측의 변론이 더 설득력이 있다. 법원이 재검표에 마냥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재검표 마감시한을 앞당겨서 이를 최종 개표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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