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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1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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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필리핀군을 걱정하는 장교들'이라고 밝힌 익명의 장교단은 이날 신문광고를 통해 2명의 대령이 수백명의 고참 대령들을 제치는 등 서열을 완전히 무시하고 준장으로 진급해 편파시비가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교단은 이어 "에스트라다 정부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군부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일부 장교들을 파격적으로 진급시켰으며 이는 결국 군을 국민 탄압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뇌물수수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대규모 민중시위와 상원의 탄핵재판 등 정치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군부를 동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돼 왔다.
이와 관련, 오를란도 메르카도 필리핀 국방장관은 TV 회견에서 "군에는 정치상황에 중립을 지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면서 "정치에 군이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을 걱정하는 장교단'은 이날 신문 광고에서 "우리들 중 많은 수가 현재 진행중인 정치위기에 강력한 개인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군을 과거독재정권 시절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상원 탄핵재판소에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기소할 검사들은 탄핵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내년 1월1일을 전후해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사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임기 가운데 3년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수뢰와 부정, 국민 기만, 헌법위반 혐의로 탄핵위기에 몰려있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22명의 탄핵재판 배심원 가운데 3분의 2인 1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직을 잃게 된다.
[마닐라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