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존 보이터는 “부시 후보가 이긴 주의 면적이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이긴 주의 몇 배나 된다”며 “훨씬 많은 지역에서 지지를 받은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을 지지하는 잭 휴스 부부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지 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며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앞선 고어 후보가 승리하는 게 도리”라고 맞섰다.
주한미군에 대한 컨설팅 업무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헨리 그리피스는 “학창 시절 한때 변호사를 꿈꾸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는데 만일 변호사가 됐더라면 나도 이번 기회에 돈 좀 벌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보이스카우트 대장인 스티브 맥브리언은 “정치인들과 변호사들은 시간만 끌고 제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서 “이번에 두 집단이 모였으니 언제 당선자가 확정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외국인인 기자가 미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미국사회도 꽤 흥미진진하다”고 말하자 이들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건강하고 다른 국가의 모범”이라며 갑자기 자기 나라를 두둔했다. 집안 싸움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건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