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워싱턴]"美민주주의 아직 건강하다"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43분


미국 플로리다주가 대통령선거 부재자 투표 접수를 마감한 17일 저녁 워싱턴 근교 기자의 집에는 인근 옥튼초등학교의 미국인 학부모 6명이 모였다. 자녀들의 정례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지켜보는 자리였지만 때가 때인 만큼 화제는 대선 문제로 흘렀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존 보이터는 “부시 후보가 이긴 주의 면적이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이긴 주의 몇 배나 된다”며 “훨씬 많은 지역에서 지지를 받은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을 지지하는 잭 휴스 부부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지 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며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앞선 고어 후보가 승리하는 게 도리”라고 맞섰다.

주한미군에 대한 컨설팅 업무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헨리 그리피스는 “학창 시절 한때 변호사를 꿈꾸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는데 만일 변호사가 됐더라면 나도 이번 기회에 돈 좀 벌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보이스카우트 대장인 스티브 맥브리언은 “정치인들과 변호사들은 시간만 끌고 제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서 “이번에 두 집단이 모였으니 언제 당선자가 확정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외국인인 기자가 미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미국사회도 꽤 흥미진진하다”고 말하자 이들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건강하고 다른 국가의 모범”이라며 갑자기 자기 나라를 두둔했다. 집안 싸움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건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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