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플로리다 재개표 마감…새 대통령 윤곽 '안갯속'

  • 입력 2000년 11월 15일 09시 58분


미국 대통령 선거의향배를 가릴 플로리다주 재개표 결과가 당초 예정대로 14일 오후 5시(한국시간 15일 오전 7시)에 마감돼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를 300표 차이로 앞선 것으로 공식 발표됐으나 해외 부재자 투표 집계와 일부카운티의 수(手)검표 진행 등으로 새 대통령의 윤곽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혼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카운티 단위로 재개표 작업을 벌여온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 투표감독위원회는 이날 수(手)검표를 위해 제출된 개표결과 보고시한 연장요청이 테리루이스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 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각각 재개표결과를 인증해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에게 통보했다.

해리스 장관은 67개 카운티에서 모두 인증된 재개표 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히고부시 후보가 291만492표, 고어 후보는 291만192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해외 부재자 투표결과를 합산해 플로리다주의 최종 대통령선거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 밝히고 수검표 계획을 갖고있는 팜 비치 등 3개 카운티에 대해 15일 오후 2시(한국시간 16일 새벽4시)까지 수검표가 필요한 상황과 이유를 서면으로 작성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지역의 수개표 결과까지 포함한 AP통신의 비공식 집계에서는 부시후보가고어후보보다 286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루이스 판사는 팜 비치와 볼루시아 카운티의 요청으로 이뤄진 심리에서 개표결과 보고시한을 14일 오후 5시로 정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개표결과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해리스 주 국무장관의 성명이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해리스 장관이 보고시한 이후에 제출되는 보충 또는 수정된 개표결과의 수용여부를 "건전한 재량권"에 따라 결정할 수 있으나 개표결과 수용 거부를자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플로리다주의 재개표 결과는 부시가 300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고어측이 유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팜 비치의 수검표 결과가 받아들여지게 되면 선거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앨 고어 후보진영에서는 루이스 판사의 결정이 보고시한을 연장하지는 않았지만마감시한 이후에도 수정 또는 보충된 개표결과의 수용을 검토하도록 판결한 것은 사실상 고어진영이 추구해 온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해리스 장관이 팜 비치 등지에서 나온 수검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이를 "자의적 결정"으로 걸어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어진영의 플로리다 현지 사령탑 역할을 하고있는 워런 크리스토퍼 전국무장관은 "판결 내용은 우리가 추구하던 법원의 결정에 상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에서는 고어측이 재개표 상활을 유지하기 위해 "실낱같은 빛"을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전날 이뤄진 수검표 중단요청 기각 결정에 불복해 이날 애틀랜타의 제11 연방 순회 항소법원에 수검표 작업을 중단시켜 주도록 요청하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수검표를 강행하며 보고시한 연장을 추진해 온 볼루시아 카운티측은 이날 마감시한 직전에 재개표 결과를 인증해 주당국에 통보했으나 루이스 판사의 결정에 대해주대법원 항소를 추진 중이다.

수검표의 초점이 돼온 팜 비치 카운티도 보고시한 30여분을 남겨놓고 지난 12일까지 이뤄진 투표집계기와 3개 투표구의 수검표 결과를 인증해 주당국에 통보했으나15일 오전 7시부터 42만여표에 대한 수검표 작업을 시작키로 결정했다.

팜 비치측은 당초 이날 오전부터 수검표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해리스 장관측이 수검표는 투표 집계기에 이상이 있을 때만 진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수검표 작업을 일시 유보했다.

한편 부시진영의 플로리다 현장지휘를 맡고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이날 오전 "고어 후보측이 마감시한을 지켜줄 경우 부시후보측도 마감시한 이전까지진행된 수검표 결과를 인정하고 플로리다주의 수검표 중단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제안했으나 고어측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부시측은 해리스 장관이 발표한 재개표 결과에 대해 각 카운티가 인증한 결과에서도 부시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난 점을 강조하면서 고어측에 패배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고어 진영에서는 그러나 볼루시아 카운티가 수검표 결과를 보고한 결과, AP통신이 비공식 집계해온 두 후보간의 표 차이가 388표에서 300표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고 민주당 우세 지역인 팜 비치의 수검표 작업이 완료되면 결과가 바뀌게 될 것이란 반응을 나타냈다.

[웨스트 팜 비치<미플로리다주>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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