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지난 대선때 마약조직 돈 받아썼다”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대선 때 콜롬비아 마약범죄조직의 돈을 받아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콜롬비아의 유력 주간지 캄비오는 94년 피살된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89년 후지모리 후보에게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를 지원했으며 이 돈은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변호사(나중에 국가정보부장에 임명됨)를 통해 후지모리 후보에게 건네졌다고 11일 폭로했다.

신문은 에스코바르의 친동생 로베르토가 “형은 그 후에도 후지모리 후보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적극 협력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몬테시노스 전 국가정보부장의 부정 축재와 인권유린 사건을 수사중인 호세 우가스 특별검사는 이같은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12일 후지모리 대통령 관련 여부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우가스 검사는 “대통령은 헌법상 면책특권이 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후지모리 대통령의 이름이 명백히 공개된 만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전부인이자 현역 의원인 수산사 히구치 여사는 “로베르토씨의 말은 거짓”이라며 “전남편인 후지모리 대통령이 몬테시노스를 만난 것은 대선 1차 투표로 승자가 가려지지 않아 치르게 된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던 90년 4월경이었다”고 반박했다. 페루 정국은 몬테시노스 전국가정보부장의 소재 파악 문제로 시끄럽다. 몬테시노스 전부장은 대선 당시 야당의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여론이 악화되자 파나마로 피신했다. 지난달 23일 갑자기 귀국했으나 아직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후지모리 대통령의 체포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재가 묘연한 것은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 일부 세력이 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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