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사이버전쟁 美로 '불똥'…아랍계 해커 공격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05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총탄과 최루탄, 돌멩이가 난무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이스라엘과 아랍계간 치열한 사이버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이버 전쟁의 불똥이 이제 미국으로 튀고 있다.

아랍계 해커가 미국의 대표적 IT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웹사이트를 공격했다고 미 ABC방송이 6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과 정보통신기술을 교류하고 있어 친이스라엘계로 분류되는 업체.

이번 웹사이트공격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3주째 계속되는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사이버 전쟁이 곧 미국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한 며칠 뒤에 발생했다.

베이루트의 일간지 '데일리 스타'는 루슨트테크놀로지사 보안요원이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해커의 공격로를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루슨트테크놀로지 웹사이트는 아랍계 해커들이 공격대상으로 꼽은 13개 웹사이트 중 하나. 침입한 아랍계 해커들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사용,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아랍계의 결속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해킹을 한 것임을 알렸다..

이에앞서 2일에는 파키스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미국에서 활동중인 친 이스라엘성향의 유대교 라비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해킹해 회원의 신상정보를 몽땅 빼내갔다. 해커들은 이스라엘계인 미국인 공공위원회(AIPAC)의 웹사이트도 공격해 기부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훔쳐낸 다음 인터넷에 공개했다.

레바논의 소식통들은 이번 사이버 전쟁은 이스라엘 웹사이트(www.wizel.com)가 10월 중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사이트 주소를 올리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스라엘 10대들은 언론사에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아랍측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후 wizel 사이트는 사라졌고 이내 '이스라엘 해커스'란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이스라엘의 사이버 전사 군단'를 자칭하며 "인터넷상에서 아랍계 사이트를 찾아 파괴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또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컴퓨터와 폭탄, 복수 밖에 없다"고 대결을 선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해커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공식사이트와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엘마나르 TV방송국, 요르단의 포털사이트와 이란관영 IRNA통신 사이트 등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

친 이스라엘 웹페이지 가운데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다이나마이트를 들고 있는 모습과 유엔아동기금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사이트도 있다.

아랍 해커들은 최근 이스라엘 군의 웹사이트를 최소한 닷새간 마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인지 이스라엘군은 보안시스템을 최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공격을 받아 일시 폐쇄된 이스라엘 사이트에는 국방부 이민국 무역산업부 종교부 텔아비브주식거래소 등이 있다. 또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루트의 아랍 해커는 "우리는 앞으로 사이버 전쟁을 강력하게 벌일 계획"이라며 "사이버 전쟁은 시오니스트의 사이트가 모두 파괴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정보통신 수준은 경제적 격차만큼이나 크다"면서 "이스라엘이 인구는 적어도 사이버 전사 재원면에서는 결코 아랍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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