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부시-고어 선거자금 96년보다 50%늘어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30분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경기 호황에 힘입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 잔치’가 되고 있다.

대통령, 주지사, 상하원 의원을 동시에 뽑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쓸 선거비용은 대략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 이는 역대 최고기록으로 96년 선거보다 50%나 높아진 액수.

인터넷의 보편화로 ‘전자유세’가 뿌리내렸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씀씀이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이 투표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도 ‘돈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

선거자금 추적기관인 ‘리스폰시브 폴리틱스 센터(CRP)’의 집계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10월말까지 총 1억8720만달러(약 2060억원),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1억3311만달러(약 1470억원)를 모금했다. 여기에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지원하는 선거자금(부시 6756만달러, 고어 8316만달러)이 포함됐다.

CRP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두 후보가 유세에 쏟아부을 돈이 3억3500만달러(약 3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96년(2억3000만달러)에 비하면 50%, 92년(1억600만달러)에 비하면 무려 3배나 늘어난 것. 두 후보는 10월 들어 하루 평균 1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항목은 광고와 컨설팅 비용. 선거 막판까지 양당이 TV 라디오 인쇄물 등의 매체에 지출할 돈은 무려 6억달러(약 6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이 역시 96년(4억달러)의 40%, 92년(3억달러)에 비해 배가 증가한 액수.

양당에 소속된 언론전략가를 지칭하는 ‘미디어 귀족(media baron)’들도 엄청난 돈을 챙기고 있다. 두 당은 4, 5개의 전문 정치컨설턴트그룹을 고용하고 있는 데 한 달에 수백만달러씩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추측이다. 이같은 ‘돈잔치’가 가능한 것은 이른바 ‘소프트머니’ 때문이다. 당에 무제한으로 기부할 수 있는 정치자금으로 개혁의 대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소프트머니는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무려 2억5600만달러가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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