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엉겁결에 市의원된 콜롬비아 구두닦이

  • 입력 2000년 11월 1일 01시 45분


시의회 의장에 나서려던 사람의 구두를 닦아준 것이 계기가 돼 생각지도 않던 시의원이 된 사람이 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구두닦이 루이스 에두아르도 디아즈(37).

그는 지난달 29일 실시된 콜롬비아 지방선거에서 보고타 시의원에 출마해 1만7000여표를 얻어 시의원 당선자 42명 중 당당히 12번째 다득표자로 시의회에 입성했다고 현지 신문인 엘 티엠포가 31일 전했다.

디아즈씨가 선거에 뛰어든 계기는 여느 때처럼 구두를 닦다 느닷없이 생겼다. 그에게 구두를 닦게 한 시의회 의장 출마자가 퍼뜩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구두닦이를 이용해보자’는 생각을 해낸 것. “러닝 메이트로 시의원에 출마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디아즈씨는 별생각 없이 응했다. 공교롭게도 시의회 의장에 출마했던 사람이 갑자기 사퇴하는 바람에 그는 혼자 남게 됐다.

그렇지만 디아즈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진 돈 40달러(4만4000원)를 털어 홍보전단을 찍은 다음 선거운동에 나섰다. 구두약이 묻은 옷을 입은 채 선거공보에 인쇄할 사진을 찍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갔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디아즈씨에게 이내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구두닦이의 ‘고군분투’를 전해들은 한 TV방송기자가 선거를 며칠 앞두고 그와 인터뷰한 뒤 단숨에 유명인이 됐다.

디아즈씨는 당선 회견에서 능란한 화술을 발휘해 기성 정치인을 놀라게 했다. 그는 “나의 선거운동은 물같이 투명했다”며 “가난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보고타에는 이제 내가 있다”고 웅변을 토했다.

무엇보다 디아즈씨는 이제 구두닦이 시절의 한달 벌이 300달러보다 10배 이상 많은 4000달러의 월급과 휴대전화, 관용차량까지 지급받아 그야말로 ‘때 빼고 광내게’ 됐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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