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친선대사 50여명, 에이즈-인권문제 논의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3분


유엔의 날(24일)을 하루 앞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세계의 정치 거물들이 모이는 유엔본부에 무하마드 알리 전 세계헤비급 권투챔피언과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미아 패로,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두, 노벨문학상 수상자 네이딘 고디머 등 문화 예술 오락 스포츠 분야의 저명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특히 유엔의 평화사절과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이들 저명인사 50여명은 ‘냉소주의 시대의 유엔과 저명인사의 역할’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논의하며 고민했다. 주로 다뤄진 사안은 지구촌의 ‘발등의 불’인 빈곤과 에이즈 퇴치방안, 여성의 권리신장 등. 이들은 친선대사로서의 경험과 유엔의 문제점, 바람 등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이런 모임은 1954년 미국 코미디언 대니 케이가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첫 친선대사에 임명된 이래 처음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이 바이올린이나 높이뛰기를 할 줄 몰라 이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다소 익살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난 총장은 이어 “여러분이 (유엔의) 메시지에 이름을 실어 줄 때마다 정책 입안자나 지구촌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면서 “더 나은 지구촌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달라”고 주문했다.

영국의 여성보컬 그룹 ‘스파이스 걸’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유엔인구기금의 친선대사가 된 게리 할리웰은 “명성은 밝은 빛과 같은 것”이라면서 “이 같은 빛에 바른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냉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에이즈 관계자는 “유명인들이 청소년들이 모방하는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축구선수인 호나우두가 ‘안전한 섹스’를 말하면 수천개의 광고판보다 에이즈 예방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알리는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코란과 성경, 그리고 신의 율법에 따라 생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친 다양한 책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유명인사들은 또 여성의 권리신장, 교육기회확대, 어린이와 난민보호 등 지구촌이 안고있는 각종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면서 유엔의 지원활동이 미약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UNICEF의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미국의 여배우 수전 서랜던은 “탄자니아에서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려고 노력했지만 유엔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좌절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더글러스는 군비를 축소해 빈곤을 퇴치하자고 제의했으며 고디머는 아프리카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퇴역한 재무관료들을 특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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