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대통령 사임압력 가중… 比정국 혼미상태

  • 입력 2000년 10월 18일 08시 59분


뇌물 추문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는 조셉 에스트라다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사임 압력이 17일 정계와 업계, 종교계 등 각계로부터 일제히 가해졌으나 에스트라다 대통령 자신이 이를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필리핀 정국은 극도의 혼미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86년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한 '인민의 힘' 폭동을 이끌었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이날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수뢰사건과 관련, 사임하거나 수뢰 혐의가 해소될 때까지 집무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플 파워'의 상징인 노란색 옷차림을 한 아키노 여사는 "어떤 정부도 대통령이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서 에스트라다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촉구하고 "대통령 탄핵 절차가 개시돼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경우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며 조속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가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정식 탄핵안을 18일 하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 리카스-NUCD 사무총장인 헨더슨 알베레스 하원의원은 시민단체들과 연합해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라면서 이에 서명할 의원이 76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도 이날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 연합전선을 이끌 것이라고 선언하고 주요 야당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겸직하고 있던 사회복지장관직을 사임한 아료요 부통령은 국민이 야당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분석가들은 아료요 부통령이 취한 에스트라다 대통령과의 결별이 에스트라다 행정부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의 지도적 종교인으로 86년 아키노 여사와 함께 '피플 파워'를 폭발시켰던 하이메 신 추기경도 불법 도박업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비난받고 있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해 국민을 위해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4개 경제단체들도 에스트라다 대통령 뇌물 추문으로 정부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으며 국가의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각계로부터의 사임 압력에도 불구하고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불법도박 자금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하고 "적절한 법적 절차 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임 주장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닐라=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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