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사태악화 원인]증오심이 '피의 보복' 불렀다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10분


‘피의 보복’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2일 헬기와 로켓포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측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것을 앙갚음한 것이다.

이스라엘군 병사 4명은 이날 실수로 방향을 잃고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관할지역인 라말라로 들어갔다가 팔레스타인 경찰에 연행됐다. 팔레스타인 경찰은 민간인 복장을 한 이들을 첩보활동에 나선 특수부대원으로 판단하고 경찰서에 억류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단의 팔레스타인 군중은 경찰서 건물로 난입해 이들 가운데 2명을 폭행, 살해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병사를 경찰서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내던진 뒤 집단 폭행해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때마침 인근에 있던 미국 폭스TV의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혔다.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방송되면서 이스라엘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다.

지난달 30일 12세의 비무장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과 비슷한 양상.

이스라엘군은 즉시 “중동 전체의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사건”으로 규정하고 보복을 경고한 지 1시간도 채 안 돼 기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목표물들에 대한 공습이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상징적 경고’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을 봉쇄,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입을 차단했으며 라말라 부근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켰다.

라아난 기신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행동은 보복 이상의 것“이라며 “군은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을 억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전쟁 선포’라고 비난하고 유엔 안보리를 긴급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이-팔 사태 일지
9. 28샤론 이스라엘 리쿠드당 당수, 양국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방문
팔레스타인인 반대시위, 이스라엘군 고무탄 발포
9. 29시위대 5명 사망, 60명 부상
9. 30시위대와 이스라엘군 총격전, 80여명 사상
10. 2아랍연맹 긴급회의, 팔레스타인지지 선언
10. 3휴전결렬, 이스라엘군 헬기 포격
10. 4이―팔, 폭력사태 종식 합의 후 하루만에 결렬
10. 7바라크, 48시간내 폭력종식 최후통첩
(이스라엘 요셉의 묘에서 철수)
10. 8이―팔, 군경 총동원령
10. 11이―팔 정상, 클린턴의 3자회담 제의 거절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중재노력 실패
10. 12이―팔, 전면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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