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정국 3가지 시나리오]안개속 어디로 가나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9분


유고 정국이 변화의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유고 야당이 결선투표를 거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한 27일 밤이 유고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지는 27일 전망했다.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 지지세력의 집회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것.

두 가지 이상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밀로셰비치측과 코스투니차측의 힘 겨루기에 지구촌의 눈길이 온통 쏠리고 있다.

▽비상조치 및 선거무효〓선거 전부터 가장 유력하게 나돌던 시나리오. 야권이 결선투표를 거부하며 가두투쟁을 계속할 경우 폭력사태를 구실로 군경을 투입한다는 것. 밀로셰비치 진영이 야권의 거리집회를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 몬테네그로를 무력침공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설도 나돈다. 이에 코스투니차 후보는 유혈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간디 식의 비폭력 퇴진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결선투표〓결선투표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게 밀로셰비치 진영의 생각. 야당측 선거감시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야당 성향 언론매체를 압박한다는 것. 또 18개 야당으로 구성된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을 분열시키고 코스투니차 후보를 ‘서방의 꼭두각시’로 몰아세우면 충분히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는 구상이다. 서방측도 결선투표로 가면 코스투니차 후보에게 유리할 게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밀로셰비치 실각〓가장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더타임스지는 비폭력 운동으로 동구제국이 잇따라 무너진 점을 들어 야당의 승리를 조심스레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도 밀로셰비치가 26일 압도적 승리라고 발표하지 못한 이유를 내부 반발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야당의 시위가 세를 얻을 경우 집권세력이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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