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대선 이모저모]野지지자 "정권교체 임박" 환호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의 운명을 가름하는 유고 연방 대통령 선거가 끝난 24일 밤 야당 지지자들은 수도 베오그라드 등에 모여 “밀로셰비치 정권의 막이 내렸다”며 25일 새벽까지 환호했다. 그러나 집권 사회당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승리를 주장했다. 양측 지지자들간의 충돌 가능성 등으로 유고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혼돈이 가시지 않았다.

○…야당연합인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는 선거 뒤 승리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4일 밤 기자들 앞에서 “자체 집계 결과 우리의 승리로 나타나고 있다”며 “세르비아에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러나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24일 투표를 마친 뒤 자신이 승리할 경우 “국가를 정치적으로 깨끗이 청소할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야당탄압을 암시.

○…유고 야권은 집권 세력이 심각한 선거부정을 저질렀다고 비난. 야당은 일부 투표소에서 군인 부재자 투표를 개표하기 전 경찰들이 야당 참관인을 끌고 나갔다고 폭로. 자유민주선거센터(CFDE)는 많은 투표소에 경찰이 출동해 있었으며 세르비아 남부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감시를 받으며 투표했다고 주장.

CFDE의 마르코 블라고예비치는 “오늘 절대적인 혼돈이 일어났다”며 “석기시대 이래 선거가 이처럼 치러진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

한편 유고 정부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파견하겠다고 제의한 국제선거감시단은 거부한 대신 자체적으로 52개국에서 200여명의 선거 감시단을 초청해 선거를 참관하게 했다.

○…유고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유고 사회는 파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야당과 민주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숙정이 예견된다. 더우기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몬테네그로는 연방을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코스투니차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도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군부를 동원해 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밀로셰비치와 코스투니차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는 제3의 경우 10월8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이 경우 앞으로 2주간 유고 정국은 부정 개표 시비 등으로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집권 사회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규모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비난. 낸다 시터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여당 후보가 사전 기표된 투표용지를 군대 공장 노동자 등에 사전 배포했다면서 “자유로운 언론과 제대로 된 선거 감시도 없었다”고 비난.

리처드 체니 공화당 대선 부통령 후보는 25일 “밀로셰비치가 선거 결과를 조작할 경우 경제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직후 2만여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수도 베오그라드의 곳곳에서 25일 새벽까지 밀로셰비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코스투니차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개표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하면서 경적을 울리거나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 분위기. 야당 지지자들은 코스투니차가 승리함으로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에 따른 공개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국이 해방됐다”고 외쳤다. 노비사드, 발례보, 니시, 차차크 등지에서도 수만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모여 밤을 샜다.

○…관심을 모았던 코소보 자치주는 투표율이 매우 부진. CFDE는 유권자의 4% 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 또한 개표 결과도 밀로셰비치 64%, 코스투니차 19%로 나왔다고 DOS가 주장. 코소보 전문가들은 개표 부정 외에도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사람들은 선거 불참을 결의한 데다 밀로셰비치는 물론 코스투니차 후보도 알바니아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

〈권기태기자·외신종합연합>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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