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공화당 全大]대의원 白人 일색…궂은일 黑人 일색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57분


공화당 전당대회장인 미국 필라델피아 퍼스트 유니언 센터에선 눈을 씻고 보아도 흑인 아시아계 스페인계 등 ‘마이너리티(소수계 인종)’를 찾기 어렵다.

주요 연설자들 사이에 틈틈이 마이너리티 연사들이 나서 미국 사회의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들이 주도하는 각종 축하공연도 벌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마이너리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출된 장면에 불과하다.

단하에 있는 대의원과 관중석의 교체대의원 및 당원들 중 열에 아홉은 백인으로 마이너리티들은 ‘가물에 콩 나듯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반면 대회장 밖에서 청소를 하고 물건을 나르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마이너리티들이다.

물론 마이너리티라고 해서 들러리만 서는 것은 아니다. 흑인인 콜린 파월(전합참의장)과 콘돌리자 라이스(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외교안보고문)는 주요 연설자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흑인이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 다닌다. 미 언론은 부시 주지사가 당선될 경우 최초의 흑인 국무부장관과 백악관안보보좌관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데 초점을 맞춰 이들의 동정을 보도한다.

파월 전합참의장은 개막 마지막 연사로 나와 소수계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으나 당 일각에선 “그의 발언은 사견으로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며 못마땅한 기색이다.

이 때문에 미 언론은 공화당이 내거는 ‘다양성’은 백인 일색인 공화당의 현주소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AP통신이 대의원 2066명 중 18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83%가 백인, 4%가 흑인, 아시아계가 1%이고 기타 무응답이 12%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인구에서 흑인의 비율이 12.8%, 스페인계가 12%, 아시아계가 4%인 것과 비춰보면 마이너리티의 반영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편.

반면 민주당의 대의원 구성비율은 백인 66%, 흑인 20%, 스페인계 8%, 아시아계 3%로 소수계를 비교적 많이 배려하고 있어 대조적이다.공화당의 제니퍼 던 하원의원은 “전당대회장의 단상과 단하에 있는 사람들의 인종 구성 비율이 다르다면 단상의 모습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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