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G8 가장 빛난 지도자'로 선정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11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폐막된 오키나와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외교가의 스타로 부상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되찾았다며 일제히 푸틴을 찬양하고 있다.

푸틴의 스타 부상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러시아의 발언권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푸틴은 특별성명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G8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한 인물. 이에 따라 강대국 사이에서 남북한의 접촉, 북한 미사일 해법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등의 국제정치학자 10명으로 구성된 G8 정상회의 연구자 그룹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지도자들의 언동과 회의 결과를 분석한 뒤 푸틴을 ‘가장 빛난 지도자’로 선정했다. 연구자 그룹의 대표인 토론토대 존 카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전략을 준비한데다가 회의에서도 박력 있게 논의를 진전시켰다”고 최고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와 영국 등의 언론도 5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G8 정상회의에 데뷔한 푸틴이 회담 직전 중국과 북한을 방문해 국제적 관심을 모은 뒤 회담에서도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으며 8명의 정상 중 가장 인상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아지는 24일 “이번 G8은 푸틴을 위한 자리 같았다”며 푸틴의 활약상을 상세히 전했다. 네자비스마야 가제타지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다른 회원국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G8에 참여했다”며 “러시아가 푸틴 덕분에 국제외교무대에서 강대국의 위치를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반관영 ORT방송은 푸틴의 활약 덕분에 러시아로서는 껄끄러운 문제인 체첸사태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서방언론들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푸틴은 러시아를 완전한 G8의 일원으로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앞으로는 러시아가 G8의 경제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특히 G8 정상 중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을 활용해 북한 문제를 주도하면서 나머지 정상들을 설득해 북한의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접촉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게 만들었다.

푸틴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치고 빠지기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와의 관계. 푸틴은 G8 정상 중 유일하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는 개별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최근 외국에 진 빚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 범선을 억류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푸틴은 공식석상에서 시라크를 만나자 크렘린궁에 관한 책을 선물하며 “프랑스는 크렘린이 어디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넌지시 ‘경고’를 하면서 가을에 프랑스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해 시라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푸틴은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독일에 지고 있는 채무 중 40억달러의 상환을 2016년까지 연장하는 실속도 챙겼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푸틴이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밀한 준비를 한데다 냉정한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모스크바·도쿄〓김기현·이영이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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