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통령 임기 5년으로 단축"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6일 TV와 라디오를 통한 대국민연설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을 9월24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개혁은 프랑스 민주주의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개정안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현재 대다수의 프랑스인이 대통령 임기 단축을 지지하고 있어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 전대통령이 1962년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이래 대통령의 임기를 줄곧 7년으로 고정시켜 왔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자는 논의는 5월 하원의원인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이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상원과 하원은 각각 지난달 29일과 20일 개헌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처음에는 임기 단축에 반대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2002년 대선 재도전에 대비해 입장을 바꿨다. 시라크는 개헌안을 상하원 합동총회에서 채택할 수도 있었지만 국민투표를 선택했다. 자신의 국민적 지지기반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 셈이다.

줄곧 임기 단축을 주장해온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사회당은 희색이 만면하다. 조스팽 총리는 “올해 안에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킴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40년 가까이 유지돼온 ‘대통령 7년 연임제’가 이처럼 홀대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선 5공화국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1981∼1995)의 사회당정권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미테랑 정권 때 프랑스는 좌파가 대통령(미테랑), 우파는 총리(자크 시라크, 에두아르 발라뒤르)와 내각을 장악하는 이른바 ‘코아비타시옹(좌우동거정부)’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대선과 총선(5년)의 주기가 틀려 발생한 ‘코아비타시옹’은 국가운영의 비효율성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높았다. 95년 집권한 우파 시라크 대통령 체제 하에서도 97년 좌파가 총선에서 승리, 3번째 ‘코아비타시옹’이 시작됐다.

게다가 14년까지 재임이 가능한 대통령 임기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테랑의 경우 2번째 임기말에는 전립선암으로 거의 국사를 돌보지 못해 대통령 임기 단축론에 불을 붙였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프랑스 5공화국 정치 연표▼

1958년 9월

5공화국 시작

62년 10월

샤를 드골, 대통령 직선제 도입

81년 5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당선

86년 3월

미테랑과 우파 시라크 총리의 1차 좌우동거정부 시작

93년 3월

미테랑과 우파 발라뒤르 총리의 2차 좌우동거정부 시작

95년 5월

시라크 대통령 당선

97년 6월

시라크와 좌파 조스팽 총리의 3차 좌우동거정부 시작

2000년 5월

대통령 임기 단축개헌안 의회제출

6월

하원(20일), 상원(29일) 통과

9월

개헌안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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