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兩岸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장쩌민, 대만 경제인 접견

  • 입력 2000년 6월 27일 23시 18분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대만을 압박하는 작전에 나섰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26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대만경제인들을 접견했다. 린쿤중(林坤鍾) 대만공업총회 회장을 단장으로 한 대만기업 대표단이었다. 장주석이 대만경제인을 공식 접견한 것은 지난해 7월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의 ‘양국론’ 발언 이래 처음.

이 자리에서 장주석은 “양안(중국-대만)간 경제교류와 합작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어떤 형식의 대만독립도 불허한다”고 못박아 대만기업인들이 평화통일에 적극 기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중국은 대만 정당대표단의 중국 방문 요청을 보기 좋게 거절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 대만단체들과만 교류할 것”이라며 “정당대표단과는 접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비록 ‘미래의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국통회(國統會)’ 인사들이지만 ‘현재의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어 27일 주방짜오(朱邦造) 중국 외교부대변인은 대만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면 남북정상회담을 본떠 중국-대만간에도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대변인은 이날 “대만이 남북정상회담을 모방하려는 성의가 있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하게 빨리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 정치인과 경제인을 분리하거나 조건부 정상회담안을 내놓은 것은 대만 여론을 갈라놓기 위한 압박전략이자 대만기업인들의 대륙투자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분석.

중국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총통이 5월 취임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자 경제방면에 대한 압박을 시사,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지 않으면 대륙투자를 허용하지 않고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도 퇴출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대만기업 수는 4만여개. 총투자액은 430억달러에 이른다. 대만은 이들을 통해 지난해 156억달러라는 엄청난 대중 무역흑자를 올렸다. 1·4분기(1∼3월) 대만기업의 대륙투자도 13%나 늘었다.

대만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분리 대응은 말로 설득하고 무력으로 위협하는 그간의 방침과 함께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의 또 다른 카드라는 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z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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