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원수사랑' 결실]伊, 81년 암살미수범 사면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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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암살하려다 붙잡혀 19년 동안 감옥에서 지낸 터키인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한 교황의 관용 덕분에 13일 풀려났다.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날 교황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흐멧 아그차(42)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법무부는 “교황이 이미 그를 용서했고 며칠전에도 사면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사면배경을 설명했다.

아그차는 14일 오전 터키로 귀국했다. 그러나 그는 78년 터키 언론인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시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풀려난 아그차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교황과 교황청, 참피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그의 변호인이 전했다. 아그차는 “터키로 돌아가 남은 죄값을 치르고 고향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예수 탄생 2000년을 맞은 대희년에 아그차가 사면돼 교황께서 더욱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아그차는 81년 5월13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의 복부에 총을 쏜 뒤 곧바로 체포됐다. 병상에서 “아그차를 용서한다”고 밝힌 교황은 83년 수감중인 그를 찾아가 거듭 용서의 뜻을 밝혔다. 교황청은 지난해 3월 아그차의 사면을 바란다는 뜻을 공식발표했다.교황은 이후 스페인에 있는 파티마에서 성모 마리아가 한 예언 덕분에 암살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올해까지 모두 세차례 파티마 교회를 순례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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