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워싱턴]美노조 불법체류자대책 오락가락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47분


미국의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는 68개 단위노조의 1300만 노동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산별노조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지난달 미 의회에서 중국에 항구적인 정상교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표결할 때 여당인 민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호소를 무시하고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 법안이 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미 산별노조의 주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미 산별노조는 불법 체류자들에 대해서도 “이들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저임금이확산된다”면서 “연방정부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노조의 린다 샤베즈-톰슨 여성부위원장이 3일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고용주들을 처벌하고 불법체류자들에게 사면과 영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돌연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시카고의 한 노동관련 행사에 참석해 2월 미 산별노조 집행위원회가 노동자가 언제 어떻게 미국에 왔든지 노조는 항상 노동자 편에 서기로 결정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샤베즈-톰슨은 “불법 체류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은 길게 보면 미국 전체 노동자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들이 없다면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더럽고 힘든 일자리를 맡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미 산별노조가 입장을 전환한 것은 아무래도 최장기 호황으로 실업률이 30년만에 최저일 만큼 고용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일자리 걱정은 안해도 되는 것이다.‘쌀 독에서 인심난다’는 우리 속담은 세상살이의 보편적인 이치일까.

<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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