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베레조프스키, 푸틴대통령 공격

  • 입력 2000년 6월 4일 20시 04분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블라디미르 푸틴 시대에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까. 푸틴 대통령이 입법하려는 ‘권력 수직화 법안’을 최근 베레조프스키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 수직화 법안’을 제안, 지난달 31일 국가 두마(하원) 1차 독회(讀會)에서 이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골자는 분권화된 러시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권한을 대폭 제한함으로써 푸틴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

베레조프스키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 법안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까지 주장했다.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으며 측근들도 적절한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반대여론은 고려하겠지만 국가 권력 강화를 위해 이 법안은 반드시 입법화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푸틴과 베레조프스키간의 이런 미묘한 갈등기류가 전면전으로 치달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올리가르히(과두재벌) 출신인 베레조프스키는 자신 소유의 전국방송 ORT TV와 연합당 창당 등으로 러시아 대선거에서 푸틴 당선의 1등공신.

더 타임스는 두 사람간에 최근 싹튼 갈등을 “정경유착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피우는 ‘연막 작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두 사람의 관계는 ‘권력 수직화 법안’에 대한 2차 하원 독회가 열리는 6월말에 가서야 보다 명료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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