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바로크미술-현대사회 닮은꼴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00분


역사학자인 앤서니 비들러는 1월 UCLA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모든 건축물은 공포의 소산”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국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바로크의 승리’에서는 이 공포가 특히 생생하게 드러난다. 1600년부터 1750년까지의 유럽 건축을 살펴본 이 전시회는 건물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군중 히스테리에 의해 지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회는 나무로 만든 오래된 건물 모형, 건물과 정원 및 도시 풍경을 그린 그림 등 약 100점의 예술작품을 통해 바로크 건축의 극적인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회는 바로크 스타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정신을 탐험하고 있다.

바로크 건축은 연극적인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마련해준 것은 역사였다. 1600년경에는 절대적인 권위를 궁극적으로 무너뜨리게 될 모든 장치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주의는 스스로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권력을 집중시켰다. 1520년에 출판된 마르틴 루터의 교회를 비판하는 글은 베스트셀러였다. 그의 글은 내용뿐만 아니라 언론의 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이제는 사상이 쉽게 배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1600년에 데카르트는 의심할 수 있는 능력에 입각해서 현실을 선언한 철학적 공식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구는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원래는 건축을 경멸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바로크라는 단어는 불규칙한 것, 또는 보기 흉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바로크의 승리’는 절대주의가 문자 그대로 일그러지는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종교개혁에 대한 반동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교회에 복종한다는 전제 하에서 사람들에게 교리에 의심을 품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리고 바로크 스타일은 건축가들이 궁극적으로 고전주의에 복종한다는 전제 하에서 건축가들에게 무한한 형식상의 변화를 추구할 자유를 부여했다.

‘바로크의 승리’는 테마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의 건축물들이 교회 건물, 왕실 건물, 군사적 건물, 상업적 건물의 테마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바로크 스타일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명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봉건적 기관들이 현대적인 기업문화를 향해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크리스천 노버그 슐츠가 이 전시회의 카탈로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바로크 시대는 선택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다른 신앙,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아예 유럽을 버릴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바로크 시대는 경쟁의 시대였으며 소비자의 등장과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예술의 등장이 포고된 시대였다.

바로크 건축과 더불어 공간은 소비재로 변했다. 최근 기자와의 대화에서 비들러는 바로크 스타일의 뒤틀린 모양과 도시적 스케일이 한때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뚜렷한 경계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세적인 요새의 몰락과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무너뜨렸다.

한편 ‘바로크의 승리’의 기획자 중 한 사람인 헨리 밀론은 이 전시회가 컴퓨터 모핑에 몰두하고 있는 세대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선형 기둥, 도금된 물결모양의 용마루, 처마 장식, 소실점까지 수평으로 이어진 건물의 외관, 아치, 장식적으로 다듬은 정원수들이 끝도 없이 되풀이 되어 있는 모습은 오늘날의 설계 스튜디오에서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쉽게 뛰어넘는다.

바로크 시대는 또한 권력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와 닮았다. 17세기에는 교회와 국가가 궁지에 처해 있었고 현대의 소비자 사회는 권위와 전통적인 제도들을 끊임없이 무너뜨리는 삶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바로크는 과거에 미국인들이 도망쳤던 유럽의 모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시대의 일그러짐을 피해 어디로 도망쳐야 할 것인가.

(http://www.nytimes.com/yr/mo/day/news/arts/baroque-art-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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